프리랜서로 일하시거나, 소상공인으로 거래처와 계약을 자주 맺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계약서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있으실 겁니다. 변호사에게 매번 검토 맡기기엔 비용이 부담되고, 그냥 믿고 사인하기엔 찜찜하고. 저도 프리랜서로 부업 하면서 이 고민을 오래 했습니다. 용역 단가가 크지 않은데 계약서 검토비가 건당 20만 원씩 나가니까 배보다 배꼽이 커지더라고요. AI 계약서 검토

AI 나오고 나서 이 갭을 많이 메울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AI가 해준 검토”를 “변호사 검토”와 동일하게 취급하면 큰일 납니다. 오늘은 AI 계약서 검토의 장점, 한계, 안전하게 쓰는 AI 계약서 검토 4가지 수칙을 정리해드려요.
AI가 잘 할 수 있는 것
1. 표준 조항 누락 체크
용역 계약서라면 당연히 들어가야 할 조항들이 있습니다. 계약 기간, 업무 범위, 대금 지급, 지연 이자, 해지 조건, 비밀유지 등등. AI에게 “이 계약서에서 일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조항이 누락된 부분이 있나?”라고 물으면 빠진 조항을 알려줍니다. 저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AI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요.
2. 모호한 표현 찾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같은 표현이 계약서에 있으면 나중에 분쟁 가능성이 높습니다. AI에게 “모호하거나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구를 찾아달라”고 하면 잘 찾아줍니다.
3. 일방에게 불리한 조항
“갑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을은 계약 해지 시 기 지급받은 금액 전액을 반환한다” 같은 조항이 있으면 을에게 극도로 불리하죠. AI에게 “을(나) 입장에서 불리한 조항을 찾아줘”라고 하면 꽤 잘 찾아냅니다.
4. 용어 해석
법률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주는 것도 잘 합니다. “양도금지”와 “전대금지”의 차이, “하도급”의 정확한 정의 같은 것들. 계약서 전체를 읽으면서 막히는 단어마다 AI에 물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5. 계약서 유형별 필수 조항 체크리스트
용역 계약뿐 아니라 계약 종류에 따라 꼭 챙겨야 할 조항이 다릅니다. 매매 계약이라면 소유권 이전 시점과 하자담보책임, 임대차 계약이라면 원상복구 범위와 보증금 반환 조건, 비밀유지계약(NDA)이라면 비밀정보의 정의와 유효기간이 핵심입니다. AI에게 계약서 종류를 먼저 알려주고 “이 종류의 계약서에서 표준적으로 들어가는 조항 목록을 먼저 뽑아줘”라고 요청한 다음, 그 목록과 실제 계약서를 비교해달라고 하면 훨씬 정확하게 누락을 잡아냅니다.
AI가 절대 할 수 없는 것
1. 최종 법적 판단
“이 계약은 유효한가요?”에 대한 확답은 AI가 못 합니다. 판례, 최신 법률, 업계 관행, 지역별 차이 — 이런 변수들을 AI는 다 반영 못해요.
2. 특수 계약 영역
부동산, M&A, 지식재산권, 해외 거래 같은 영역은 일반 계약과 전혀 다른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런 건 무조건 전문 변호사.
3. 분쟁 발생 시 대응
계약서에 서명한 후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반드시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AI는 사전 검토용이지, 분쟁 해결용이 아니에요.
안전하게 쓰는 4가지 수칙
수칙 1. 민감 정보는 가명 처리
계약서에는 회사명, 담당자 실명, 금액, 주소 같은 민감 정보가 잔뜩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ChatGPT에 올리면 나중에 문제가 됩니다.
저는 이렇게 처리합니다.
- 회사명: “A회사”, “B회사”로 치환
- 담당자명: “갑 담당자”, “을 담당자”
- 금액: 비율로 (“총액 5백만 원” → “총액 X원”)
- 주소, 사업자번호: 삭제
검토 결과는 똑같이 유용하게 나옵니다.
수칙 2. 여러 AI로 교차 검토
한 AI의 판단만 믿지 마세요. 같은 계약서를 ChatGPT, Claude, Gemini에 각각 넣어보고, 세 답변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진짜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칙 3. AI에게 “변호사 상담이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기
이 질문이 진짜 유용합니다.
“이 계약서에서 변호사의 법적 조언이 반드시 필요한 조항은 무엇인가요?”
AI가 “이런 부분은 제가 판단할 수 없고, 변호사 검토가 필요합니다”라고 지목해주는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만 변호사한테 맡기면, 전체 검토비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수칙 4. 계약 규모에 따라 에스컬레이션
- 계약 규모 100만 원 이하: AI 검토로 충분한 경우 많음
- 100~1000만 원: AI 1차 + 법률 상담 플랫폼(로톡, 로앤컴퍼니 등)의 단건 상담
- 1000만 원 이상: 반드시 변호사 정식 검토
- 지속 파트너십: 사내 법무 또는 외부 고문변호사 활용
이 기준은 제 개인적 기준이니 참고만 하세요.
실전 프롬프트 예시
제가 AI에 계약서 넣을 때 쓰는 프롬프트 원본입니다. 핵심은 “판단 기준을 먼저 정해주고, 그 기준대로만 답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준 없이 “이 계약서 검토해줘”라고만 물으면 AI가 이것저것 늘어놓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리스크는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래처럼 5가지 관점을 못박아두면 답변의 밀도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다음은 [용역/공급/임대 등] 계약서 초안이야.
내 입장은 [갑/을]이야.
아래 관점에서 검토해줘.
1. 일반적인 [계약 종류] 계약서에서 보통 포함되는 조항 중 누락된 것
2. [내 입장]에게 불리하거나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조항
3. 모호하거나 해석의 여지가 큰 문구
4. 법적 판단이 필요해서 변호사 검토가 꼭 필요한 부분
5. 독소 조항 (일반 관행에 크게 어긋나거나 비정상적인 조항)
각 항목마다 조항 번호와 내용을 짚어서 설명해줘.
추측이 아니라 계약서에 실제 쓰인 내용 기반으로만 답변해줘.
[계약서 본문]
이 프롬프트로 받은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수정 협상을 합니다. 웬만한 건 이 수준에서 끝나요.
실제 경험
작년에 한 업체와 외주 계약을 맺을 때, 이 방식으로 AI 검토를 먼저 돌렸는데 “계약 종료 후 3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조항이 있다는 걸 AI가 짚어줬습니다. 저 이 조항 그냥 넘길 뻔했어요. 용역 금액도 크지 않았는데 3년 동종업계 취업 금지라니,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죠. 바로 그 조항 빼달라고 요청했고, 상대방도 “표준 양식에 있어서 넣은 거라 빼도 된다”고 했어요. AI 검토 아니었으면 그냥 사인할 뻔했던 겁니다. 그 뒤로는 계약서를 받으면 사인하기 전에 항상 AI 검토부터 돌리는 게 습관이 됐고, 실제로 두어 번 더 애매한 조항을 미리 걸러낸 적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에게 계약서를 통째로 올려도 되나요?
가능은 하지만 권장하지 않습니다. 회사명, 금액, 담당자명 같은 민감 정보를 가명 처리한 뒤 올리는 게 안전합니다. 특히 무료 버전 AI 서비스는 입력한 내용이 모델 학습에 활용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원본을 그대로 붙여넣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무료 AI로도 충분한가요, 유료가 나은가요?
표준 조항 누락 체크나 용어 설명 같은 기본적인 작업은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긴 계약서 전체를 한 번에 분석하거나 여러 조항을 서로 비교해야 하는 경우에는, 처리할 수 있는 글자 수가 더 넉넉한 유료 버전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줍니다.
AI 검토 결과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보여줘도 되나요?
가능은 하지만 톤을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AI가 지적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보내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지적된 조항을 근거로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했으면 합니다” 정도로 자연스럽게 풀어서 전달하는 걸 권합니다.
계약서는 결국 “내 돈과 내 시간을 지키는 문서”입니다. 완벽한 변호사 검토는 못 받더라도, AI를 활용해서 최소한의 리스크 체크라도 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추천드려요. 한 번 만들어둔 프롬프트 하나로 평생 써먹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