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만약 음악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기타 잡아보고 좌절하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냥 “음악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40년 가까이 살아왔죠.
그런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Suno라는 AI 음악 툴을 띄워주더라고요. 가사만 넣으면 노래가 만들어진다고요. 반신반의했습니다. 어차피 영어 노래만 잘 되겠지, 한국어는 어색할 거야, 하면서.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suno로 만든 음악, 한국어 노래도 됩니다. 그것도 꽤 그럴듯하게요.
써보기 전에
suno.com에 들어가서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했습니다. 무료 계정에 하루 10곡이 주어집니다. 처음엔 두 가지 모드가 있는 걸 보고 당황했어요. “Simple”과 “Custom” 모드가 있는데, 초보자는 Simple로 시작하면 됩니다. 뭘 만들고 싶은지 한 줄로만 쓰면 돼요.
첫 곡, 실패
“잔잔한 통기타 발라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30대 남자의 이야기.” 이렇게 입력했습니다. 1분 정도 기다리니까 2분짜리 노래가 두 개 나왔어요.
결과는 애매했습니다. 곡조는 괜찮은데 한국어 발음이 좀 어색했습니다. “아버지”를 “아보지”처럼 부르더라고요. 몇 번 더 시도했는데 비슷했습니다.
suno 커스텀 모드로 넘어가기
유튜브 튜토리얼을 뒤져봤더니 “가사를 내가 직접 쓰고 Custom 모드에서 돌려야 한국어가 잘 된다”는 조언이 있었어요. 그래서 가사를 직접 써보기로 했습니다. 딸 다섯 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딸 이름을 넣은 생일축하 노래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Verse]
오늘은 특별한 날
우리 OO이가 태어난 날
일 년 동안 많이 컸네
이제 다섯 살이 됐어
[Chorus]
생일 축하해 우리 OO아
사랑해 우리 OO아
건강하게 자라렴
엄마 아빠 여기 있어
장르는 “warm acoustic, children’s song, heartwarming”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대기…
딸아이 반응
나온 곡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딸에게 틀어줬습니다. 자기 이름이 나오니까 처음엔 깜짝 놀라더니 1분쯤 지나자 울기 시작했어요. 당황해서 껐는데 “왜 꺼! 다시 틀어!” 하면서 더 울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한 열 번은 반복재생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이 노래가 진짜 “괜찮은 노래”여서 딸이 좋아한 건 아닐 겁니다. 그저 자기 이름이 들어간, 자기만을 위한 노래여서 좋아한 거겠죠. 그런데 그 “자기만의 노래”라는 게, 지금까지는 유명 가수한테 수천만 원 주고 의뢰해야 가능했던 영역이잖아요. 그걸 무료로, 1분 만에 만들 수 있다는 게 진짜 신기했습니다.
suno 쓰면서 알게 된 팁
- 영어 + 한국어 섞으면 자연스러움이 떨어집니다. 한국어 가사는 한국어로만 쓰세요.
- 가사는 짧게. 긴 문장은 AI가 박자를 못 맞춥니다. 한 줄에 10자 정도가 이상적입니다.
- [Verse], [Chorus] 같은 구조 태그를 꼭 넣으세요. 안 넣으면 곡 구성이 밋밋해집니다.
- 장르 묘사는 영어로. “warm acoustic folk song with female vocal” 같은 식으로요.
- 유료 결제 전에 무료로 충분히 테스트해보세요. 월 8달러짜리가 가장 저렴한데, 한 달만 써보면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는지 아닌지 판단이 섭니다.
이럴 때도 만들어봤어요
생일 노래로 재미를 붙인 뒤로는 다른 상황에도 써보고 있습니다. 아내 결혼기념일에는 신혼 때 자주 갔던 동네 이름과 처음 만난 계절을 가사에 넣어서 잔잔한 발라드로 만들었는데, 듣자마자 아내가 “이거 어디서 다운 받은 거 아니지?” 하고 몇 번을 되물었어요. 장모님 칠순 때는 손주들 이름을 한 명씩 넣어서 트로트 풍으로 만들었더니 가족 모임 분위기가 확 살았습니다.
포인트는 “범용적인 축하곡”이 아니라 그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디테일(지명, 날짜, 별명, 함께한 사건)을 한두 개 넣는 겁니다. 그게 있고 없고에 따라 듣는 사람 반응이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에 자주 했던 실수
초반에는 욕심을 부려서 한 곡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욱여넣으려 했습니다. 결혼기념일 노래에 신혼여행지, 첫 데이트 장소, 프러포즈 에피소드까지 한꺼번에 넣었더니 오히려 가사가 산만해지고 AI가 박자를 못 맞춰서 발음이 뭉개지는 구간이 생기더라고요. 몇 번 실패한 뒤에 알게 된 건, 한 곡에는 디테일 한두 개만 확실하게 넣는 게 오히려 더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장르 태그를 너무 여러 개 섞었던 것입니다. “발라드 + 트로트 + 재즈”처럼 한꺼번에 넣으면 AI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려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곡 하나당 장르를 한두 개로 좁혀서 요청하고 있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훨씬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주의할 점 — 상업 이용
suno 무료 플랜에서 만든 곡은 상업적으로 쓸 수 없습니다. 유튜브에 올려서 수익 창출하려면 유료 플랜이어야 해요. 이거 모르고 썼다가 나중에 저작권 이슈 생기면 골치 아픕니다. 개인 소장용이나 가족 선물용으로만 쓰실 거면 무료 충분합니다.
한 달 써보니
매달 가족 기념일마다 한 곡씩 만들고 있습니다. 아내 생일, 장모님 칠순, 강아지 입양 1주년… 이런 식으로요. 평생 “음악은 내가 못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제는 가족 이벤트 때마다 맞춤형 노래를 만들어서 재생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가족한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재주가 없어서 못 했던 분들, 한번 써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Suno는 무료로 쓸 수 있나요?
네. 무료 계정으로 가입하면 하루 10곡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무료로 만든 곡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개인 소장·비상업적 용도로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어 가사도 자연스럽게 나오나요?
Simple 모드보다는 Custom 모드에서 직접 쓴 한국어 가사를 넣었을 때 발음과 박자가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한 문장에 섞지 않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가사를 쓸 때 특별한 요령이 있나요?
한 줄을 짧게(10자 내외) 쓰고, [Verse]·[Chorus] 같은 구조 태그를 넣어주면 곡 구성이 훨씬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장르나 분위기 묘사는 영어로 적는 게 더 잘 반영됩니다.
유료 플랜은 얼마인가요?
가장 저렴한 플랜이 월 8달러 수준입니다. 무료로 충분히 테스트해보고, 상업적으로 쓸 계획이 있거나 하루 10곡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유료로 넘어가는 걸 추천합니다.
만든 곡을 유튜브에 올려도 되나요?
무료 플랜으로 만든 곡은 수익 창출용으로 올릴 수 없습니다. 광고 수익이 붙는 채널에 올리려면 유료 플랜으로 만든 곡을 사용해야 저작권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전혀 몰라도 쓸 수 있나요?
네. 저도 악기를 다룰 줄 모르지만 문제없이 쓰고 있습니다. suno Simple 모드는 원하는 분위기를 한 줄로만 설명해도 곡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음악 지식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