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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빙벽등반의 모든 것 (장비의 진화, 등반 기술, 안전 수칙)

빙벽등반은 자연적으로 얼어붙은 폭포나 인공적으로 얼린 빙폭을 전문 장비와 기술로 오르는 등반의 한 형태입니다. 19세기 알프스 양치기들의 원시적인 크램폰 사용에서 시작된 이 스포츠는 현재 고도로 전문화된 장비와 체계적인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빙폭 등반을 의미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아이스폴, 빙계까지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 글에서는 빙벽등반의 역사적 발전 과정, 핵심 장비와 기술, 그리고 실제 등반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빙벽등반이미지

장비의 진화: 피켈과 크램폰의 개발사

빙벽등반은 ‘장비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장비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알프스 양치기들이 사용하던 3개 발톱의 원시적 크램폰과 알펜슈톡이라는 다용도 지팡이, 그리고 얼음을 깎기 위한 도끼-할버드가 초기 장비의 전부였습니다. 19세기 알프스 황금기에 이들 장비는 결합되어 현대 피켈의 원형이 탄생했고, 이를 통해 알프스 빙하와 설산 등반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1908년 오스카 에켄슈타인의 현대적 크램폰 개발이었습니다. 1886년 호베르크 호른 빙벽 등정 실패를 경험한 그는 하루 종일 스텝커팅으로 녹초가 된 후 크램폰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당시 등반가들은 스텝커팅, 즉 피켈로 발판을 직접 깎아 올라가는 방식만을 신사적이고 순수한 등반으로 여겼습니다. 영국산악회 소속 산악인들은 로프와 피켈 외 다른 장비 사용을 비신사적 행위로 간주했고, 프로이스 파울 같은 자유등반 신봉자는 “등반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육체적 능력”이라며 장비 개발을 반대하다 27세에 요절하기도 했습니다.

에켄슈타인의 크램폰은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대중화되었고, 그가 창안한 ‘피에 다플라’라는 프렌치 테크닉은 샤모니 중심의 프랑스 알프스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습니다. 1932년 로랑 그리벨은 10발 크램폰에 프론트 포인트 2개를 추가한 12발 크램폰을 상용화하며 등반 기량을 한층 높였습니다. 1960년대에는 아이스 스크류, 리지드 크램폰, 개량형 피켈이 연이어 개발되었고, 1967년 이본 취나드가 더블 액스 테크닉을 창안하면서 70도 이상 급경사 등반이 가능해졌습니다. 1970년 스코틀랜드의 커닝햄이 케언곰 헬스럼에서 수직빙벽 등정에 성공하며 현대 빙벽등반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처럼 빙벽등반은 암벽등반과 달리 자유등반으로의 회귀가 아닌 장비의 지속적 발달로 진화해왔으며, 현대에는 빙벽 장비로 바위를 오르는 드라이툴링과 혼합등반까지 등장했습니다.

등반 기술: 프렌치 테크닉부터 더블 액스까지

빙벽등반 기술은 경사도에 따라 크게 완경사 기술과 급경사 기술로 나뉩니다. 완경사 등반은 주로 프랑스식, 독일-오스트리아식, 미국식 기술로 구성됩니다. 프랑스식 등반기술인 ‘피에 다 플라’는 크램폰의 전 스파이크를 평평하게 딛는 플랫 풋팅 방식으로, 영어로는 플랫 푸팅이라 불립니다. 초보자들은 자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프론트포인팅을 선호하지만, 40도 전후 경사에서는 플랫 풋팅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프론트포인팅은 장딴지 근육에 하중이 집중되지만, 플랫풋팅은 강력한 허벅지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식 기술은 피켈을 뜻하는 ‘삐올레’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여러 기술로 구성됩니다. 삐올레 깐느, 삐올레 라마스, 삐올레 앙크르, 삐올레 망쉬, 삐올레 빠, 삐올레 아쀼, 삐올레 람쁘 등이 있으며, 이들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신장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60cm 이상의 긴 피켈이 필요합니다. 독일-오스트리아식 기술은 프론트 포인팅이라 하며 크램폰의 앞발톱을 활용합니다. 등반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간 완경사에서 사용 시 장딴지에 무리가 옵니다. 미국식 기술은 제프로우가 발명한 것으로, 한 발은 프론트 포인팅, 다른 발은 플랫풋팅을 사용하는 ‘삐에 뜨루아지엠’입니다.

급경사 등반의 핵심은 1967년 이본 취나드가 개발한 더블 액스 테크닉입니다. 두 개의 손 도구를 사용하는 이 기술은 현대 수빙 등반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등반 자세는 X바디와 N바디로 나뉘는데, 많은 초보자들이 N바디를 우월한 자세로 오해하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X바디는 몸이 X자 형태가 되며 바일과 크램폰이 평행하게 타격됩니다. 타격 2회, 키킹 2회로 속도가 느리지만 기본기를 익히기에 적합하고 크럭스 구간 돌파에 유리합니다. N바디는 정승권이 명명한 한국 독창 기술로 타격횟수가 1회 줄어 체력 소모가 적지만, 불안정한 자세라 강빙 이상의 처녀얼음에서는 사용이 어렵습니다. 한국은 등반지 수 대비 등반인구가 많아 계단이 형성된 빙장에서는 문제없지만 설악산 같은 자연빙장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설상 등반 기술로는 추락을 멈추는 자기제동, 부드러운 설사면에서 발로 차서 딛는 킥스텝, 발판을 깎는 스텝 커팅 등이 있습니다.

안전 수칙: 빙벽등반에서 생명을 지키는 법

빙벽등반은 아이스바일과 크램폰이라는 날카로운 장비를 사용하기에 등반자와 빌레이어 모두 안전에 극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실제로 빙벽등반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일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얼음은 바위와 달리 온도와 시간에 따라 강도가 변하며,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깨져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헬멧 착용은 필수이며, 빌레이어는 낙빙 범위 밖에 위치해야 합니다.

장비 점검도 철저해야 합니다. 크램폰은 1kg 짜리 쇳덩이로 무게가 상당하므로 필요성이 느껴질 때 사용해야 하며,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피켈과 아이스바일은 사용 전후 날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아이스 스크류 같은 확보물도 얼음의 질에 따라 적절히 배치해야 합니다. 한국의 주요 빙장인 양주 가래비 빙장은 어프로치 시간이 없고 초중급 난이도(WI 3 전후)로 톱로핑 등반이 가능하지만, 수도권 유일의 빙장이라 사람이 매우 많아 낙빙과 장비 충돌 위험이 높습니다.

빙벽등반에서 안전의 최우선 원칙은 과신하지 않는 것입니다. N바디 같은 고급 기술에 집착해 불필요한 상황에서 쓰리스텝을 남발하거나, 제자리에서 쓰리스텝을 하는 등 힘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뛰어난 등반가는 상황에 맞는 자세와 기술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빙벽등반은 암벽등반과 달리 장비빨을 많이 받는 스포츠이므로 적절한 장비 투자가 안전과 직결됩니다. 국제산악연맹이 동계올림픽 정식종목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장비 규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초보 등반자라면 반드시 믿을 만한 교육자에게 직접 배워야 하며, 책이나 글은 참고서 정도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빙벽등반은 장비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온 스포츠입니다. 19세기 알펜슈톡부터 현대의 리지드 크램폰과 더블 액스 테크닉까지, 기술과 장비의 혁신은 인간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가 발달해도 안전이 최우선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얼음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물이며, 언제든 깨져 떨어질 수 있습니다. 등반자와 빌레이어 모두 항상 경각심을 유지하고,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며, 적절한 장비를 갖추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길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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