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의 세계에는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적 방식이 존재합니다. 트래드는 트래디셔널(traditional)의 약자로, 바위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 클라이밍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자연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트래드클라이밍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인식과 저변확대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트래드클라이밍과 자연보존의 철학
트래드클라이밍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leave no trace)’는 등반 윤리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선배 등반가들은 크랙(바위틈)과 침니(바위 사이의 긴 공간) 등을 활용해 암벽을 올랐습니다. 바위를 오르면서 직접 추락에 대비하는 탈착형 확보물을 설치했고, 바위에 박아넣는 볼트란 게 없었습니다.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은 볼트를 “크랙과 홀드가 없는 밋밋한 바위 면에 구멍을 뚫고 박는 인공적인 확보물”이라고 정의합니다.
트래드클라이밍은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고 바위를 오른 뒤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프렌드로 불리는 SLCD(Spring Loaded Camming Device)와 같은 혁신적 장비는 100여 년 전의 전통등반보다 더 용이하게 볼트 없이도 등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손 땀을 없애주는 초크가 바위에 묻는 흔적들도 지웁니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등반 기술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존중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행위만을 좋아하고 행위를 함에 찾아오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아직 비례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가 외부에서 하는 클라이밍의 대상지는 자연이 대부분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볼트논란과 등반윤리의 변천사
암벽등반에서의 볼트는 1952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프랑스의 귀도 마뇨뉴(1917~2012)가 그해 7월 알프스의 드류서벽 초등 때 사용했습니다. 등반 중 핸드 드릴을 꺼내 2시간 만에 설치했으며, 볼트를 이용해 까다로운 슬랩(바위의 밋밋한 경사면) 구간을 인공등반(설치한 확보물을 이용하는 등반)으로 돌파했습니다. 당시 산악계는 바위에 구멍을 뚫고 등반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습니다.
1980년대에 스포츠클라이밍이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다양한 움직임을 소화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등반의 난도를 급격하게 올렸고,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의 볼트는 촘촘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등반가 톰 히긴스(1944~2018)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볼트 간격이 최대 3m인데 반해 트래드클라이밍은 최대 22m”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상으로 보이는 부분은 볼트행어이고 볼트는 바위 안에 박혀 있는데, 트래드클라이머들은 무분별한 볼트 설치가 자연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안전을 위해 포장된 바위에 볼팅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오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테두리를 치고 행위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훼손이 아닌 활용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트래드클라이밍 저변확대와 책임의식
스포츠클라이밍이란 개념이 생기면서 이전에 없었던 트래드클라이밍이란 용어가 생겼습니다. 행위는 있었으나 정의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트라우트 크릭과 같은 곳에서는 정상의 확보지점을 빼고는 볼트가 하나도 없는 순수한 트래드클라이밍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수봉 취나드A 루트를 오르는 등반가들도 크랙(바위 틈)에 프렌드를 설치하며 전통적 방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래드클라이밍에 대한 인식이나 저변확대가 아직은 굉장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프렌드는 이 장비를 고안한 미국인이 “그 친구(프렌드)도 등반에 데려가야지”라는 말에서 비롯된 별칭으로, 100여 년 전의 전통등반보다 더 용이하게 볼트 없이도 등반할 수 있게 만든 혁신적 장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의 존재와 사용법을 아는 등반가는 여전히 소수입니다.
클라이밍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암벽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등반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자연에 대한 책임의식을 함께 배워야 합니다. 등반 교육 과정에서 트래드클라이밍의 철학과 실천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볼트 설치 전에 트래드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150여 년의 암벽등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 방식입니다.
오늘날 클라이밍 커뮤니티는 행위의 즐거움과 함께 그에 따르는 책임을 균형 있게 인식해야 합니다. 트래드클라이밍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등반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등반가의 책임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더중앙
참고 기사: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97275)